사그라다 파밀리아. 완공되지 않은 채 백 년 넘게 이어온 이 거대한 성전을 마주 했을 때, 나는 말문을 잃었다. 화려한 조각과 기하학적 구조, 그리고 천장 끝까지 치솟은 첨탑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그냥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경외에서 나온 고개 숙임이었고, 눈물이었고, 나의 미약함을 깨닫는 신앙적 고백이었다.
가우디는 이 성전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말하고 싶었다. 그는 자연을 관찰했고, 창조주의 손길을 따라 곡선을 만들었으며,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하나님의 작품이 드러나야 한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웅장하지만 교만하지 않다. 정교하지만 과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완공되지 않은 상태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그 미완의 모습에서, 나는 가장 깊은 완성을 보았다.
신앙의 여정도 이 성전과 닮아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고 완성하려 하지만, 인간의 손으로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겸손해야 하고, 그래서 하나님을 더욱 의지해야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나님께 맡긴다”는 가우디의 신앙 고백이 돌로, 유리로, 빛으로 지어진 결과물이다.
그 앞에 선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짓고 있는 인생이라는 건축물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그 속에 하나님이 머무실 수 있는 여백은 있는가. 나는 내 이름을 남기려 애쓰는가, 아니면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려 살아가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여전히 건축 중이다. 하지만 그 미완의 모습이 오히려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도, 우리의 신앙도 이 땅에서는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만 겸손하게, 충실하게, 매일의 벽돌을 쌓아갈 뿐이다. 그 위에 하나님께서 당신의 위대함을 덧입히실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미완이지만, 하나님의 아름다움으로 완성되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끝까지 겸손하게...